Knit Designer Interview for W Korea
2021.03.09 FASHION
니트 짓는 젊은이
지금 새로운 세대에게 니트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신소재이자, 예전 세대와의 따듯한 정서를 공유하는 연결 고리이다.
라이프 스타일을 담는, 모던 니트 디자이너
크리스탈 파니아과 (Krystal Paniagua) @krystalpaniagua
당신은 누구이고, 어떤 니트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Krystal Paniagua 2020년에 론칭한 크리스탈 파니아과의 디자이너다. 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며 런던에서 살고 있다. 니트 의류에 중점을 둔 크리스탈 파니아과는 여러 방면으로 활용 가능한 다이내믹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다양한 사이즈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삶에서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당당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나아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옷을 지향한다. 우리 옷 특유의 유동성 덕에 입는 장소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회사, 디너, 혹은 파티까지 모두 수용 가능한 모던한 스타일의 니트웨어를 만들고 있다.
드레스의 주름을 만들 듯 니트에 적용한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다. 많은 니트웨어 디자이너가 있지만, 당신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감사하다. 언제나 창의적이면서도 웨어러블한 옷을 디자인하려고 애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입는 옷에서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는 옷을 만드는 메인 방식으로 니트를 이용하지만 정통 니트웨어 제조법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다이내믹하고 스마트하며 유동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작업은 삶의 다양한 상황을 어떻게 컬렉션에 반영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2021 S/S ‘Dynamic Essentials’ 컬렉션에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빠르게 판단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다. 때문에 옷의 목적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상황에도 어울리는 옷을 만들려면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그로 인해 드로스트링, 볼륨, 리버시블한 기능 등이 떠올랐고, 이런 아이디어를 반복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했다. 모든 옷은 스튜디오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다.
소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소재를 사지 않고 직접 만든다. 소재에 있어 선택 사항은 그 소재의 최종 목적지다. 최근 컬렉션에서는 편안하고 통풍이 잘되지만 두께감이 있어서 볼륨 디테일에 용이한 천연섬유를 사용했다. 모든 소재는 직접 제작하며, 현재는 런던의 직물 공급자와 직접 거래하고 있다.
니트를 가지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려면 한계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니트라는 소재를 쓰는 이유와 그 매력은 무엇인가?
니트라는 소재를 진정 사랑하고,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에게 니트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니트의 가장 큰 매력은 유동성이다. 유동적인 소재라서 무궁무진한 변형이 가능하다. 직접 제작한 소재로 모양을 만들며 옷을 완성하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작업이다. 니트웨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뉴욕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때였다. 재단과 봉제, 그리고 레디투웨어 등에 대한 전통적인 패션 교육 과정에 지루함을 느끼던 중 밀라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니트웨어 공부를 하면서 그 매력에 눈떴다.
당신의 작업물에 자주 등장한 ‘닭’은 어떤 의미인지?
장난 삼아 만든 드레스에서 시작했다. 대학 시절 잠시 어떤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는 슬럼프가 왔는데,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고향에서 찍은 닭 사진을 드레스에 프린트했고, 의외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그 후 비키니 등 여러 아이템에도 프린트했다. 아직까지 닭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어서 2021 여름 시즌에 리미티드 ‘닭’ 에디션을 낼 예정이다.
당신의 작업물은 전시를 해도 무방할 만큼 아티스틱하다. 니트는 작업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소재로 알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고, 옷을 내 손에 받기까지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당신의 작업을 좋아하고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 한번 감사하다. 니트를 제작할 때는 추가 제작이 가능하고 감당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맞다, 니트웨어는 완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 스튜디오에서는 핸드메이드로 옷을 만들기 때문에 정해놓은 예산과 판매가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나는 20대이고 우리의 고객도 그렇기 때문에 내 또래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옷을 구매할 때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을 고려한다. 이런 정보들을 고민하고 가능케 할 수 있는 디자인에 집중한다. 우리 고객들은 오리지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트렌드를 넘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에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점점 빠르게 많이 만들어내는 옷에 사람들은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것이 니트를 만드는 사람도 향유하는 사람도 많아진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옷의 가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지?
동의한다. 사람들은 진정성 있고 윤리적인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로 인해 고객은 무엇이 하이 퀄리티 제품인지, 누가 환경을 생각하며 작업하는지, 그리고 그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한 제품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갈수록 대기업에서 대량생산하는 비윤리적일지도 모를 제품보다는 오리지낼리티를 가진 브랜드를 원할 거다.
좋은 옷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게 좋은 옷이란 디자인적으로 독보적이면서도 웨어러블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옷이다. 그리고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한 디자인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니트만큼이나 최근에 흥미롭게 본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개해줘도 고맙겠다.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관심사다.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내 자신도 더 발전한다. 열심히 일하고 잘 즐기는 것. 사람들의 행동, 사업과 경영 등에도 관심이 있다. 요즘은 음악을 배우고 있어서 음원 제작에 빠져 있다. 즐겁게 보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아래와 같다.
@world_of_engineering @Good_vietnam_shirts @Newyorkermag @Arnold_daniel @Omndi @Ro54d @Oneofakind.archive
얇고 가벼운 티슈를 떠오르는 니트를 만드는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시월드 (Christina Seewald) @christina_seewald
당신은 누구이고, 어떤 니트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Christina Seewald 나는 비엔나에 베이스를 둔 니트웨어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시월드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했고, 패션 니트웨어 석사 과정을 마쳤다.
당신의 니트는 겨울에 입는 포근한 옷이라는 니트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겨울뿐 아니라 사계절 입고 즐길 수 있고, 심지어 니트라는 소재를 힙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것 같다. 니트를 메인 소재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니트라는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니트는 디자인 변형이 자유롭고 어떤 체형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당신의 작업은 여느 니트 디자이너와는 달리 새로운 조합과 비정형성이 특징이다. 어떤 방식으로 니트를 만들고 있나?
맞다. 나는 다른 니트에 비해 굉장히 가볍고 얇은 소재를 만들고, 그것을 또 청키하고 거친 소재와 조합하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만의 시그너처라고 생각하는 니트가 궁금하다.
내 시그너처 디자인은 베스트 형태의 톱이다. 컬러, 소재, 두께, 다양한 조합 등 많은 옵션을 두고 제안한다.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어떻게 받는지?
영감의 원천은 너무 많아서 특정 짓기는 어렵다. 특별한 것보다는 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에 대처하면서 얻는 영감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어쩌면 다루기 까다로울 수도 있는 이 섬세한 소재인 니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좋은 퀄리티를 유지해내는 것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다른 무엇보다 소재 선정이 관건이고, 얇고 비치는 천 등 다양한 소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고 매칭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한편 니트는 각기 다른 니트 소재를 배합하면 보디 실루엣에 하이라이트를 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재료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니트로 된 속옷도 만들기 때문에 무척 예민하게 선택할 것 같다.
어떤 옷을 만들지에 따라 다르다. 보통은 실을 먼저 선택하고 니트의 텍스쳐를 상상한다. 속옷의 경우 크로셰 피스를 손으로 뜨거나 저지 니트의 무게를 바꿔가며 디자인한다.
당신의 니트는 세련됨과 동시에 몸을 섹시하고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언제나 내가 직접 입어보고, 친구들에게도 여러 번 시착을 해본다. 내 작업은 다양한 체형에 잘 어울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불거리는 소재의 특성을 발견하고, 당신의 옷에 대입하기까지 많은 시도가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실험과 탐구의 과정을 거쳤는지.
석사 과정을 거치며 표면 디자인 실험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실험 결과물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그때보다 훨씬 더 작업 과정에 신중해야 한다. 제작 과정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가장 아끼는 니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잘 만들어진 하이엔드 제품에 가치를 둔다. 니트의 성질과 다양한 체형을 고려하여 만든 패셔너블한 니트를 좋아한다.
최근 디자인을 위해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팔로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나는 무용 공연에서 큰 영감을 받는 편이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은 가상의 세계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평소 당신의 니트를 즐겨 입는지?
아이러니하지만 니트 디자이너임에도 나는 울(wool)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해 언제나 새롭게 시도 해야 한다.(웃음)
무용수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는 니트 디자이너
칸 브리스 응우엔 (Khanh Brice Nguyen) @khanhbricenguyen
당신은 누구이고, 어떤 니트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Khanh Brice Nguyen 나는 런던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베트남계 프랑스인 디자이너 칸 브리스 응우엔이다. 런던 스튜디오에서 내 레이블을 디자인하고 다른 브랜드에 내가 제작한 니트 제품을 납품하기도 한다. 젠더 구분이 없는 스타일로 입는 사람의 몸에 잘 맞춰지는 것이 내 디자인의 특징이다.
기존의 니트 제품과는 달리 몸에 딱 붙거나 비치고, 컷아 웃 디테일이 감각적으로 들어가 마치 하나의 아트피스 같다. 이런 니트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사람의 몸이 그리는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니트를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댄서들에게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나 역시 무용을 했기 때문에 디자인 작업을 할 때면 늘 움직였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다. 특히 강하지만 부드러운 셰이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언제나 사람의 몸에 직접 대고 재단이나 드레이핑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실루엣을 만들기에 적합한 니트의 신축성과 융통성을 선호한다.
컷아웃 디테일 작업은 다루기 무척 예민한 과정일 것 같다.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맞다. 굉장히 예민한 작업 과정이다. 특히 내가 사용하는 일루전 기법(Illusion Techniques)은 투명한 실과 불투명한 실을 섞어서 만든 직조물을 컷아웃하는 작업이다. 예민한 과정이다 보니 사전에 실이 어떻게 패브릭에 얹힐지, 그리고 컷아웃한 부분이 몸의 어느 부분을 보여줄지 등을 정확히 계산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오래 걸려 완성한 니트는 무엇인가?
모든 것이 투명한 니트 피스였다. 투명한 실로 뜨개질하여 전체 셰이프를 모두 떠냈다. 극도로 섬세한 작업이었고 한 올만 실수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당신만의 독창적인 니트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분위기와 감각의 소통이다. 그저 몸에 걸치는 것이 아닌 스토리를 표현하는 옷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퍼포먼스나 영화를 위한 코스튬 제작을 자주 하는데, 그럴 땐 퍼포먼스의 스토리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옷에 담아내려 노력한다.
다른 니트웨어에 비해 색감의 조합이 훌륭하다. 색을 선택하고 대입하는 방식에 나름의 법칙이 있나?
색 조합에 있어 선호하는 바가 명확한 편이다.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기 때문에 볼드한 컬러 대조보다는 흐릿하거나 부드러운 색을 선호한다. 니트를 제작할 때 두 가지 다른 색을 섞어서 나만의 새로운 색과 음영을 배합할 수 있는데, 내 컬렉션의 거의 모든 니트는 이런 방식으로 만든다.
니트가 다른 소재에 비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니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소재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직접 만든 니트 소재는 이미 만들어진 패브릭을 사는 것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친밀하다.
몸에 닿는 니트 소재는 무척 예민하게 선택해야 할 것 같다.
패브릭은 전혀 사지 않고 실을 공수하는데, 보통 이태리에서 구입한다.
당신의 니트는 무척 얇아 거의 티슈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게 얇은 니트를 직조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
아주 얇은 니트 패브릭을 만들려면 보통 면사와 나일론 사를 섞는다. 그렇게 하면 컬러와 질감은 단단하지만 얇게 비치는 패브릭을 만들 수 있다
상상하는 디자인을 현실로 구현하려면 기술력이 무척 중요하겠다. 니트를 직조하는 방식은 고전적인 방식을 택하는지 현대적인 새로운 방식을 택하는지 궁금하다.
맞다. 아트워크가 프린트된 니트나 ‘인타르시아’ 라인을 디자인할 때는 컴퓨터만 이용해 만든다. 대체로는 컴퓨터의 힘을 빌리고 전통 공예 방식과 핸드메이드 요소를 적절히 섞는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니트가 있나?
투명한 컷아웃 드롭 스티치 톱. 내 디자인을 가장 잘 반영한 아이템이고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게 해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니트라는 소재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니트로 테일러링 작업을 해보고 싶다. 재미있는 설계가 들어간 코트, 재킷, 트라우저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니트로만 만들어내는 데 관심이 있다.
당신의 다음 스텝이 무척 궁금하다.
그간 패션계에서 많이 표현하지 못한 다양한 보디 형태나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계속 협업해갈 예정이다.
CREDIT
패션 에디터 김신
뉴욕 통신원 윤수진
출처 W website